요조. [1001600] · MS 2020 · 쪽지

2025-02-09 08:53:34
조회수 577

오랜만에 올리는 자작시, 최종 퇴고본

게시글 주소: https://o.orbi.kr/00071877737

제목 : 사랑은 정의가 되는 것인가


그래서 묻는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떨림이

과연 사랑일까


1


사랑이 무얼까

곁에 있고 싶고

안부를 물으며 함께 걷고 싶고

아프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

그녀의 눈동자를 떠올리는 순간

세상이 흑백에서 컬러로 변하는 것


이 모든 걸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정말 정의가 필요한 걸까


하지만

정의 내리지 못해도

이미 이 감정은

나를 흔들어 놓는다


2


겁이 난다

내가 알지 못하는 낯선 세계 앞에서

언젠가 이 두려움이

나를 덮치지 않을까


그럼에도 멀리 있는

긴 속눈썹의 그녀를 떠올린다

사향처럼 농밀하고

박하처럼 서늘한 향기를 품은 화사(花蛇)——

눈부신 겨울 풍경을 한순간에 물들이듯

마음을 뒤흔드는 존재


그 향은 때로

아찔할 만큼 위험하고

또 달콤해서 손댈 수 없지만

나는 멈출 수가 없다


3


네모난 도시 안, 거울을 보니

언제나 겨울 속에 머무는 어린아이

하지만 화사, 그녀를 생각하면

눈을 감는 순간 겨울은 흘러가고

잔인할 만큼 찬란한 봄이

서서히 피어오른다


사랑은

하나의 공식이나 정의가

아닐지도 모른다


두려워도, 설레도,

당신이 나를 구원해 주지 않아도

나는 지금 이 감정을 붙잡고 싶다


4


흑백의 네모난 세상이

색을 머금으며 흔들리는 풍경으로 바뀌어도

사랑이 이런 거라면

그 불안마저 기꺼이 안아주겠다



사향 박하 같은 그녀,

날 되살리는 화사——

지금 드는 이 감정이

진짜 사랑이라면

나는 사랑을 하고 있노라

믿고 싶다


오늘,

혼자가 아닌

당신과 함께 걷고 싶다

이 봄으로 향하는 길을

이 겨울을 뚫고 나가는 길을.

rare-지디 팦팦파워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