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2-08-31 19: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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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이야기 번외편 - 히틀러는 과학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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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으로 히틀러가 한 짓은 너무나도 심하고 노골적인 일이었기에, 그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사상이라던지 생각의 근거를 찬찬히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는 별로 보지 못한 듯 합니다. 필자 또한 그들의 '정당한' 근거를 설명하기 보다는, '정당한 줄' 알았던 근거를 한번 확인해보고 정말 합리적이었는가 검증해보겠습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당대의 유명한 사상가는 본인의 아이디어가 가장 혁신적이며 진보되었고 완전무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인간의 오만함을 신랄하게 박살내 준 학문은 '양자역학'의 등장이라고 볼 수 있죠. 너무 깊게 들어가면 이걸로 몇 편을 써야 하니까, 아주 짧게 요약을 하자면




 "이 세상의 그 누구도 과학적으로나 수학적으로 완전무결성을 따질 수 없고, 가장 최신의 과학 이론이라 하더라도 결함을 품으며 인간의 미래를 과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예측할 수 없다~" 입니다. 어? 제가 아는 양자역학의 이론과는 다른거 같은데요?? 라고 하실 수 있는데, 기본적인 정의는 저도 잘 압니다. 다만 그 기본적인 정의로 인해서, 인간은 과학과 세계라는 공간 속에서 한없이 겸손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 할 수 있습니다.




 하여튼 초반부터 너무 머리 아픈 내용으로 시작했으니까, 간략하게 세계 2차 대전 당시를 보겠습니다.








독일은 과거사 청산의 이유로 과거 유대인 학살 관련된 자료와 증거, 시설들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아우슈비츠의 원래 뜻은 상당히 이상적입니다. '노동이 널 자유로케 하리라' 그러나 다른 의미로 아우슈비츠에서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bradykinesia&logNo=110189375429








 독일이 유대인을 비롯한 폴란드인, 집시, 우크라이나인 등등 소수 인종이라고 생각하거나 자신들이 정복한 민족을 대대적으로 학살할 수 있는 것에는 역사적 바탕이 있습니다. 당연히 치열하게 공방전이 펼쳐지고 마치 625 전쟁처럼 전선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는, 누가 저런 거대한 시설물을 짓고 거기서 인간을 살해하는 '공장'을 지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불행히도 프랑스는 유럽 내 최강의 육군을 보유하였으나(그 이름도 '대육군'이라 칭할 정도로 무시무시했죠) 단 6주 만에 홀라당 독일군에게 먹힙니다. 영국군은 덩케르케에서 장비는 몽땅 버리고 몸만 겨우 탈출하죠(영화 <덩케르케>에서 이 상황의 공포감이 잘 표현됩니다). 유럽 열강 중에서 육지에서 가장 강력한 프랑스, 해군에서 가장 강력한 영국이 잇따라 초반에 말리면서 2차 세계대전은 독일의 의도대로 흘러갑니다.









 이후 유럽은 사실상 독일-이탈리아 연합이, 동쪽의 동유럽과 발트해 3국 등 상대적으로 약소국인 나라들은 소련이 먹습니다. 사실상 유럽은 독일의 군화 아래 놓여있는 상태였습니다.




 예상 외로 뛰어난 결과가 나오자 오만함과 자신감으 가진 히틀러는, 서로 뒤통수 때리지 않기로 약속한 소련까지 침공하여 소련이 가진 곡창지대와 유전을 확보하고, 최종적으로 '우수한 게르만 민족'을 위한 성대한 도시를 계획하기까지 합니다.




 특히 독일과 소련전은 세계 2차대전의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단일 전쟁으로서 어마어마한 사상자를 낸 전쟁이고, 정말 말 그대로 민족간의 '캐삭빵'이라고 할 정도로 극단적인 전쟁이었습니다. 포로? 그딴 건 없습니다. 어차피 아리아 민족(게르만 민족)을 위해 없어져야 할 타 인종은 제네바 협정 그딴 것 없이 최소한의 약속과 존중조차 없는 야만적인 전쟁이자 학살극이었습니다.







 


1942년 9월 독일의 최대 영토. 소련을 침공하기 이전 이미 그리스를 포함한 유럽 전역을 삼켰으며, 소련까지 침공하여 영토 깊숙히 들어갔고, 이탈리아와 남은 독일군은 북아프리카에서 영국군을 박살내고 있었습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1990899









 이렇듯 독일을 비롯한 폴란드, 동유럽 지역은 전선으로부터 거리가 엄~~~청 길어졌습니다. 한마디로 전쟁과 달리 딴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이젠 딴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슬슬 처음부터 계획했던 '인종청소'를 실시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아우슈비츠로 대표되는 대량 인종 학살이 진행됩니다. 여기에는 유대인 뿐만 아니라 폴란드인, 소련인, 루마니아인, 집시족 등등 게르만 민족 외의 모든 민족을 유럽에서 완전히 제거하려는 계획을 실시합니다. 이게 다 뭐 때문이다? 게르만 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우등하고 뛰어난 민족이기에, 마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다른 인류를 멸망시키고 혼자 살아남은 것처럼, 자연 섭리에 따라 가장 우등한 민족만이 존재해야 하며 그래야 인류가 '발전'한다는 생각이었죠.




 아직 지금까지는 '뉴턴 역학'과 다윈의 '진화론'이 탄생한 지 비교적 얼마 안 된 시간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때 가장 최신의 과학 이론이자 아직도 주요하게 작용하는 이 두 가지 이론을 짬뽕시켜버리면, 인간을 '우등'하거나 '열등'한 개체로 나뉠 수 있다는 심각한 이야기로 귀결됩니다.




 물론 몇백만명을 넘어서는 인류를 가장 효율적이고 싸고, 대량으로 죽일 수 있도록 단순히 기관총이나 폭탄이 아닌 가스를 활용하여, 수용소를 건설하고 거기에 사람을 밀어 넣는.... 방식은 정말 광기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코 히틀러와 나치의 발상이 옳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그 사람들은 나름의 근거와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열등한 인자를 싹 없에버리고, 우등한 인자로 인류를 대체해야 인류는 진화(?)한다'였을 것입니다.











나치의 인종 청소에는 자국민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나치는 장애인, 유전병 등을 이유로 이러한 사람들이 '쓰레기'이며 사라져야 할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대 의학에서 알아낸 것이, 여전히 다양한 병들은 '가족력'(그러니까 가족 대대로 다소 이어지는 확률이 높은 것)이 있다~ 정도는 아는 질병은 많지만, 구체적으로 이게 정말 유전병인지 확실히 판별하지 못하는 질병이 대부분입니다.

http://www.ecumenian.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23










 장애인이나 유전병자 또한 마찬가지로 비슷한 취급을 받습니다. 장애인은 스스로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유전병을 앓는 사람들은 후대에 치명적인 유전병을 계속 퍼뜨린다는 이유로 청소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보면 당장 현대의 의학자는 누구나 코웃음을 칠 것이, 우리가 '유전병'이라고 확실히 판별해 낸 것은 별로 없습니다. 또한 유전병 인자가 발병하는 것은 확률의 문제로, 당연히 당시 나치는 겉으로는 정상적인 인간의 DNA에 유전병 인자가 섞여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예컨데 당뇨 1형은 확실히 유전병으로 밝혀졌으나, 당뇨 2형은 애매한 부분이 많습니다. 당뇨 2형은 가족력이 의심된다는 수준인데, 이는 단순히 유전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어릴때 노출된 환경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거나, 아니면 당뇨 2형을 앓는 부모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다보니, 식사 습관이 공통되면서 발병한다고 유추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웃기게도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비장애인보다 훨씬 강한 정신력이나 뛰어난 업적을 달성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치의 입장에서 '열등한' 장애인은 반드시 비장애인보다 열등해야 하지만, 오히려 보통의 일반인보다 특이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최근에는 '후생유전학'이라고 하여, 단순히 유전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환경'적이고 '후천'적인 요소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비만을 쉽게 유발하는 유전자가 있더라도, 어릴때부터 크게 문제가 없는 식습관을 가진 경우 비만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예시로 일본이 조선을 침략할 때, 조선은 일본보다 나약한 국가이며, 민족 또한 열등하다는 논리로 침략을 정당화했죠. 그런데 모든 조선인이 과연 일본인보다 '열등'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당장 경제적인 기준으로 들어도, 어느 조선인을 한명 무작위로 뽑았을 때 그 조선인보다 모든 일본인이 경제적으로 풍요롭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다른 예시로 육체적인 것을 예로 들어보자면, 손기정이라는 마라토너는 일본인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왔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일본인은 손기정이라는 마라토너를 배출한 조선 민족보다 육체적으로 열등하다고 해야하지 않을까요?




 이처럼 인간을 한 줄로, 그것이 경제적이었든 육체적이었든 정신적이었든 간에, 민족 간의 우열을 가르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당장 위에서 예시로 든 유전병이든 선천적인 장애의 발현이든 모르는 것 투성이기도 하고, 그것이 발현되는 것 또한 환경과 부모, 사회의 영향이 크기에 쉽게 우열을 가를 수 없습니다.




 게다가 대략 이런 논리로 인종 청소를 주도한 히틀러 본인조차도 게르만 민족 중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위와 같은 논리적, 과학적 오류를 범했으면서 동시에 군사적 역량도 떨어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아성찰 지능은 한없이 부족해서 스탈린과 달리 자신의 의지를 군사 작전에 관철시키며서 오히려 독일군을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자기 민족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한 스탈린은 일찌감찌 본인의 군사적 재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군사 작전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소련군은 이겼습니다.








히틀러가 가장 혐오했던 것은 '유대인'인데, 이게 문제는 유전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아니라 무려 '종교적'인 근거를 가지고 분류합니다. 단지 조상 중에서 한 명이 유대인이었다는 이유로 후손이 전부 유대인 판정을 받는 것이 과연 과학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http://kor.theasian.asia/archives/79309









 오히려 히틀러가 열등하고 가장 증오했던 유대인은 현재 미국 정계와 경제계를 쥐고 있는 유명한 인물이 많으면서, 동시에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노벨상을 엄청나게 수상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에서 이것을 '유대인의 유전적인, 지능적인 부분'으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유대인은 그냥 '유대교를 믿는'사람들일 뿐이니까요. 그렇기에 우리는 유대인의 뛰어난 성과를 '하부르타 공부법'이라던지, 유대인의 역사나 가정 교육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를 더 하자면, 사실 '진화'라는 것도 어찌보면 돌연변이이자 장애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보통 생물에게서 무작위로 발생하는 돌연변이는 해당 개체에게 특별히 좋은 조건을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주 우연하게도 어떤 돌연변이가 발생했는데 그것이 획기적으로 다른 개체보다 생존에 더 유용하다면, 그 돌연변이 유전자가 널리 퍼지면서 결국 한 종이 '진화'했다고 봅니다.




 게다가 이런 진화도 수억년에 걸쳐서 서서히 일어나는 것입니다. 과거 진화론을 반박하던 신학자들은 인간의 복잡하고 정교한 '눈'을 예시로 결코 진화를 통해서 눈이 자연스럽게 발전하지 못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진화의 비밀에는 '무수히 긴 시간'이 있습니다. 인류가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 이전에 훨~~~~씬 더 긴 시간동안 다양한 생물들은 돌연변이나 진화, 멸종 등의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결론적으로, 히틀러는 인위적으로 열등한 인종을 대량 학살하며서 인류의 '진화'를 노렸지만 이건 사이비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오류 투성이입니다.












 과학에는 '일관성'과 '근거'가 필요합니다. 제가 뜬끔없이 이런 히틀러의 '과학적인줄 알았던 비과학적인 정책'을 예시로 드는 이유는, 여태 제가 역사나 전자책으로 강조한 '과학'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입니다. 언뜻 보면 맞는 말 같은 것들이 있지만, 깊이 파고들면 서로 모순이 되어 비합리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예컨데 유대인을 판별하는 기준은 단지 조상 중에 어느 한 명이 유대교를 믿었느냐 였습니다. 그럼 개중에 개종을 한 사람들은? 유대교를 믿는 가정에서 우연히 자란 사람들은 과연 유대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없고, 나름 나치가 과학적으로 분류한 표 또한 모순 투성이입니다. 그러니까 '유대인'이라는 것을 적용할 수 있는 기준 자체도 애매모호하고, 일관적이지 못했다는 것이죠.




 1+1=2인가, 혹은 3인가 헷갈리고 분명하고 명료하게 말할 수 없으면 그것은 '과학'이 아닙니다. 일관되지 못했기 때문이죠.(비논리적이기도 하고) 여러분이 제가 가르친 '주장과 쟁점'이라는 비문학 지문을 판별할 때, 해당 지문이 과연 '주장과 쟁점' 인지, 아니면 '현상과 원인'인지, '문제와 해결'인지 파악하기 애매하다면 그건 여러분이 공부를 제대로 못했거나, 제가 비과학적으로 책을 쓴 것입니다.




 여러분이 공부를 할 때도 이런 명료함과 합리성을 항상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난 분명 '주장과 쟁점'이라고 파악했는데, 정작 비문학 문제를 풀 때 마치 '문제와 해결' 분류의 지문을 읽은 것처럼 문제를 푼다면 반드시 에러가 납니다. 제가 여태 공부한 것을 보면 항상 비문학의 주제와 해당 파트의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뜬끔없이 나오는 문제가 없었으며, 다시 돌이켜보면 왜 그런 문제가 해당 주제에 나왔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길이도 길어지고 다소 초점도 명확히 못 잡은 듯 하네요. 결국 우리가 '과학'이라고 함은 '합리적이고 명명백백하며 분명해야하고, 일관성이 있어야'합니다. 어제는 이 문제를 A 유형이라고 생각했다가 내일은 똑같은 문제를 C 유형이라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공부이고 일관성이 결여된, 비과학적인 풀이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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