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퍼 [331277] · MS 2010 · 쪽지

2014-12-18 10: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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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써보는 삼반수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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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시가 완전히 끝나고 정시의 시기가 시작되려는 요즘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고 있습니다. 요새 다들 무엇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시나요? 수시에 합격해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계씨는 분들도 있을실테고, 정시를 잘 쓰기 위해 공부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으시겠군요. 반면에 벌써 재수를 하기로 마음먹은 분들도 있으실꺼라 생각합니다. 모두들 나름의 이유로 예민하실 시기지만, 누가 뭐래도 가장 힘드실 분들은 내년도 수능을 염두에 두고 계신 분들일 것입낟. 재수와 삼반수라는, 총 3번의 수능을 겪은 제 과거 심정이 그러했고 그 과정을 함께한 친구들과 후배들의 마음 또한 비슷했으니 지금 여러분들의 마음도 그와 같겠지요. 저는 처음 재수를 할 때 주변에 재수가 어떤것인지 물어볼만한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또한 재수를 했던 지인들도 모두 성공의 결과를 얻었었기 때문에 그들의 말에는 미화가 섞여있었지요.(제가 재수를 하고보니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총 2번의 겨울을 답답하게만 보냈습니다. 지금 제가 이글을 쓰는 이유는 누구보다 힘드실 여러분께 제 솔직한 경험을 토대로 도움을 드리고자 함입니다.

사실 제 고3은 흑역사입니다. 특목고생이었지만 스펙은 전무하다시피했고, 내신도 전형적인 하향곡선이었지요. 당시 제 친구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겁니다. 제가 야자를 제대로 한 날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을요. 게임, 인터넷과 함께한 1년이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고3에게 엄청난 자율권을 주었었기 때문에 영악했던(?) 저는 엄청나게 놀았습니다. 그랬던 저이기에 사실 재수는 억울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눈물이 나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한심한 일이지만 그 때 엄청 놀았던 것은 결과적으로 재수에도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어쨌든 저는 재수학원을 골라야 했습니다. 성적은 형편없었지만 꼴에 눈은 높아서 처음에는 당연히 강남 D학원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3 시절 자율성을 핑계삼아 엄청 놀았던 저로서는 차마 가장 자유롭다는 그 학원을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말이 자유로운 것이지 왠만하 고교보다는 당연히 빡셉니다.) 그러던 찰나 집에서 가까운 은행사거리에 강북 C학원이 옯겨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잠도 많고 스스로 주 7일을 빡세게 할 확신이 없었던 저는 가깝고 주7일 관리제를 실시한다는 C학원에 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와 함께 '어차피 공부는 혼자하는 거잖아?'라는 생각이 생긴 저는 강북 C학원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보았습니다.

학교에는 공부하는 학생도 있고 그저 잘 노는 학생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원은 거의 모두가 공부합니다. 학원 안에서는 엄청 노는편이어도 대부분의 고3보다는 낫지요. 정말 공부를 하고 싶으시다면 관리가 잘되는 학원을 가야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일 것입니다. 또한 선생님들의 도움도 기대합니다. 아무래도 (제대로 공부하는 재종반 학생이라면) 급우들과는 거의 얘기하지 않는게 일상이기 때문에 담임선생님들의 멘탈관리가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제 경우에는 철저한 관리로 이름난 강북 C학원 중에서도 카리스마가 압권인 H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이셨기 때문에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장기간의 학습동안 비교적 집중을 놓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에도 써있듯이 저는 수능을 총 3번 보았습니다. 고3 시절에 비해서는 거의 수백배의 공부를 했지만 재수이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여태껏 그 어떤 모의고사에서도 상위 1등급을 놓치지 않았던 영어와 사회문화에서 미끄러진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유이겠지만, 나름 패인을 분석하니 결론은 '고3을 너무 놀았다.'가 패인이었습니다. 수학이 약점이었기 때문에 고3 시절 날려버린 점수를 만회해야만 했고 그 결과 재수 때 수학만 집중한 나머지 영어등의 실력이 흔들린 것이었습니다. 항상 선생님들께서, 특히 담임선생님께서 과목별 시간 분배의 중요성을 역설하셨는데, 저는 안정적인 모의고사 상위누적 백분위를 믿고 그 말을 지키지 않다가 망한 것이었습니다.

1년내내, 혹은 2년동안 제 이하 혹은 동급일 여겼던 친구들이 모두 SKY에 진학하고 심지어 수능점수가 더 낮은 친구들마저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모습을 저는 그저 지켜볼수 없었습니다. 좌절감은 눈물마저 메마르게 하였고 가뜩이나 진지한 얼굴을 극도로 경직시켰습니다. 지금 재수를 생각하시는 모든 분들 또한 그러하시겠지만 억울하고 답답했습니다. 잠깐이나마 졸거나 집에가서 일찍잔 모든 날이 후회스러웠습니다. 세상 누구에게 토로해도 결국은 본인탓이니 무어라 할 수도 없었지요.

하지만 단 하나의 변화는 있었습니다. 이제는 진정 한 번 더 해볼만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본기에 자신감이 있었고 재수와는 다른 삼수가 가능하리라 믿었습니다. 처음부터 생각이 이러했기에 중위권 모 대학에 다니다 반수를 확정짓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남자이기에 군입대 문제도 있었지만 제 신념은 확고했습니다. 학원 또한 다시 고민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이미 믿음을 주신 실력파 선생님들은 저를 다시 강북 C 학원으로 가게 하는 것에 일말의 망설임도 가질 필요가 없게 하였습니다.

삼수, 사실 재수생까지는 최상위 대학은 물론이고 중위권대학까지도 신입생 중에 거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삼수생 부터는 확실히 그 비율이 급감합니다. 거기에 군대와 사람문제가 포함되다보니 사실 제 심리상태는 극도로 우울했습니다. 그 때 제게 신회를 주시고 끝까지 힘을 낼 수 있게 해주신 분이 담임선생님이셨습니다. 재수 때 까지는 차라리 공부가 불안했고 그 외 고민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유달리 2014년의 삼수생활은 심리 문제가 심각했고 10월에 접어들어서는 잡생각이 머리를 지배했지요. 극도로 힘들던 어느 날, 담임선생님께서 눈치를 채셨는지 조용히 저를 부르셔서는 차를 한 잔 주셨습니다. 그 때의 상담이 없었더라면 저는 과장을 조금하자면 이미 그 때 삶의 의욕을 완전히 저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현역은 절대 모르고 재수생들도 온전히 알 수 없는 악몽같은 삼수의 후반부. 안정적인 최상급 모의고사 누적백분위로도 전혀 진정이 되지 않는 그 불안감을 H선생님 없이는 어찌했을까 하는 안도와 감사합은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제 올해 수능점수로 당연한 목표였던 서울대를 쓸 수 있지는 못합니다. 어떻게 보면 실패만 3연속을 한 꼴이겠지요. 운 좋게도 수시전형을 통해 기존의 대학은 벗어날 수는 있지만 삼수의 목표에 비해서는 당연히 떨어집니다. 그래도 이제는 여한이 없습니다. 실력에는 "수능"을 잘 치뤄내는 실력까지 포함되는 것임을 알았고 제 지나친 욕심도 이제는 벗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쓰다보니 그냥 일기를 한편 쓴 것 같네요;; 오르비는 상위권분들이 많으셔서 와닿으실지 모르겠지만 나름 정리를 해볼게요.

1.모의고사는 모의고사일 뿐 입니다. 평균만 나와도 수능 잘 보신거예요. 그 이상 바라는 건 욕심.

2.자신이 자기관리에 0.1%라도 소홀하셨다면 관리가 철저한 학원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3.다시할 이유가 있다면 하십시오! 하지만 터무니 없는 목표(내신, 모의평균비례)를 세우셨다면 상처만 남기에 지양하시는 게 좋습니다.

4.요즘 같은 입시제도 하에서 수능 난이도가 최악(잘하는거 쉽고 못하는 거 어려움)일때 억울함이 없을 자신이 있으시면 재도전 하십시오. 전 수능 3번이 모두 다른 유형에 말 많은 수능들이었지만 올해의 결과는 천연히 받아들입니다.

5.학원선생님들의 skill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관리와 혹독한 자기관리에 도움이 되는(예) 주7일 자습)것이 좋은 듯 합니다.

부디 1년 후에 후회없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하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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