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에 관하여
게시글 주소: https://o.orbi.kr/0004981433
2학기가 개강하고, 새로 나온 과잠바를 더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억지로 입고 다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밤에는 과잠바를 입어도 쌀쌀할 정도의 날씨가 되어버렸습니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는 지난 2년 간 저에게는 수능이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하는 날씨였음을 고3, 재수생 후배들의 걱정 섞인 전화를 통해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고, 대학에 입학한 후 한 번도 접속하지 않았던 오르비에 접속해 보니 수능을 앞두고 걱정이 많은 친구들이 많이 보여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서울에 있는 S외고를 나왔습니다. 외고.. 별 것도 없는데 참 눈이 높아지곤 합니다. 주변에 상위권 친구들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나도 이 정도 학교를 다녔으면 이 정도 학교는 가야지’라며 스스로의 눈도 높아지고, 주변의 기대치에 따른 부담감으로 인해 막연한 목표만을 추구하다가 입시에 실패했습니다.
괴로웠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듯한 기쁨으로 내년 계획을 세우고, 놀러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다행인 것은, 이 당시에 제가 단순한 부러움과 질투만을 느끼고 끝난 것이 아니라,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친구들이 재수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던 시기에 저는 남들보다 부족했던 노력을 채울 수 있는 시기가 그 때라고 생각했고, 2013년 1년만큼은 기존의 내 스타일을 버리고 가장 힘들게 타이트하게 공부만 해보자는 결심으로 가장 엄격하다고 알려진 학원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학원에 들어와서 가장 강렬했던 첫인상은 쟁쟁한 외고생들만 모여 있던 하이퍼반도, 가장 엄격하다고 소문난 학생과도, 스타강사 선생님들도 아니었습니다. 개별면담 때 저를 딱 보시더니 “눈빛이 탁하다. 너의 성공조건은 1년 간 이곳에서 공부하며 눈빛을 고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던 담임 선생님이셨습니다. 말 한마디 안 해 본 분이 한 눈에 독한 면이 부족하고, 끈기가 없고, 목표의식이 뚜렷하지 않았던 저를 간파하는 것을 보고 ‘아, 올 한해는 정말 이 분을 믿고 따라가면 되겠구나’하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학창시절 내내 저는 선생님들과 그리 우호적인 학생이 아니었지만, 재수기간에는 제 자신이 놀라울 정도로 담임선생님을 믿고 따라왔습니다. 심리적으로 힘든 재수 기간에 누군가를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점은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수업시간, 자습시간에 툭툭 던져주시는 한 마디 한 마디를 새겨들었고, 몇 시간, 몇 일, 몇 주 뒤에는 항상 그 말들의 깊은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나태해 질 때 마다 귀신같이 자극을 주셨고, 긴장할 때마다 이완의 시간을 항상 마련해 주셨습니다.
정말 학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저의 학운은 우연히 선택한 학원에서 저의 담임선생님과 함께 재수 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시가 지속될수록, 공부는 스스로 해 나갈 수 있지만, 자기 관리는 더더욱 힘들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작년부터 올 해까지 계속 감사하다는 말을 드렸지만,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올 해도 선생님께서 맡으신 제가 아끼는 후배들, 친구들에게도 제게 주셨던 도움들을 그대로 주시면서 노력의 결실을 맺게 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찬 바람이 느껴지는 이 맘 때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저의 담임선생님이 이 맘 때 쯤 주셨던 따듯한 차 한 잔과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안한 마음들을 삼키고 삼켜서 마음을 더욱 뜨겁게 만들어야 합니다. 자신의 마음이 1년 간 얼마나 뜨거웠는지는 스스로가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뜨겁게 달려왔다면 자신을 더욱 믿으세요. 1년 간 열정을 잃지 않고 여기까지 온 자신은 충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2015 수능을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 입시가 끝나고 대학을 다니면 입시는 정말 삶의 작은 하나의 단계였고, 인생의 전부는 더더욱 아니었다는 생각 누구나 하시겠지만, 단 몇 일만큼은 인생의 전부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단단하게 공부하시고 나중에 2014년을 만족스럽게 돌아 볼 수 있는 결과 얻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작년에도 “작년에 빵났었는데 올해는 오를 거다“ 글들이 있었지만 더 떨어졌어서.....
-
난 맞혓는데..안되는데…….ㅂㄷㅂㄷ
-
나 솔직히 8
애니프사 하고 싶은데 뭔가 마음에 드는 프사를 아직 못 찾았음
-
생각해보니까 20번 f(f(x))=2x³+x+2 이리 냈어도 됐네 6
근데 3x로 낸건 합성함수랑 햇갈리게 하려한거 한건가
-
유빈에 메이플이랑 마법천자문 판타지 수학대전있음ㅋㅋㅋㅋ (참고로 나 유빈가입...
-
미적가산만 있고 기하 가산은 없는 학교 있나요?
-
수능치느라 고생하셨어여~
-
0ㅖ 어그로끄러서 죄송하진않고오 제 성적을 함봐주시고 여러분이 만약 이 성적을...
-
답글받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
통합과학 수능 코돈으로 변별각?
-
아 진짜 고백받음 10
고3인데 이 시점 후배한테 학교에서 고백받는 건 뭐임? 미적분 30번 문제 5분컷...
-
으어 2교시니까 8
맥주 두캔~ 일교시면 한캔 기적의 계산법
-
씨발!
-
나도 치대갈줄알앗음뇨..
-
여기 시발 일본중국밖에없는데
-
대학라인좀.. 10
대학라인좀 잡아주세요ㅠㅠ
-
여캐일러 투척 19
-
나는 돌머리 3
할복
-
왜 있는 거임?? 뭔 차이가 있는 건가요 이런 말 오르비에서 여러 번 본 것 같은데
-
말그대로 한번에 찍었다는 뜻 오늘은 텅빈 영화관을 찍어보았습니다.
-
기하 74점 3
3등급은 확정이다 생각하면 되겠죠?
-
정시로 중경외시 되나요? 수학에서 시원하게 말아먹어서 감도 안와요
-
나도 질문받슴뇨 14
뻥임뇨
-
무지성 질받 28
알코올의힘으로 주제무관 수위무관 삼반수(예정)생의질받
-
생2는 솔직히 5
어느정도로 고였나요? 1컷정도 목표인데 코돈빼고 다맞는다는 마인드로 공뷰하면...
-
ㅂㅅ들
-
퇴근 11
-
호흡 딸리거나 목 상해서 예전같지 않은 걸 보면 뭔가 슬프다
-
뻥임뇨
-
ㄹㅇ
-
컨설팅은 못받을거 같은데 이거 공부법은.앖나ㅋㅋㅋ
-
건대 공대쓰면 가능성없을까요? 어디 라인이 적정인가요..
-
사문 2컷 40 0
일 가능성 있을까요 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
-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쿼드라고 합니다! 벌써 수능이 끝난지 4일이...
-
진짜 자지 자른거 ㅇㅈ하겠습니다
-
건동홍이상 공대가 목푠데 미적 낮4 떴습니다. 확통 0~1개 틀리는 거 vs 미적...
-
1컷 88은 절대 아님 11
이건 내 자지걸고 얘기할수있음
-
가채점표 잘 받아적은 것 같기는 한데 혹시 내가 잘못 받아적지는 않았을까, 이걸로...
-
정시에 내신 반영하는데 정시 100전형이랑 내신반영 전형 구분 되어있나요? 아니면...
-
고속이랑 메가에서 소신이 뜨기는 하는데....
-
작년 94? 였던 것 같은데 아 피말리네요……. 작년이랑 정답률 비교해보는데...
-
진짜 많은듯
-
짧게 하자면~ -훌륭한점. 443HZ라는 튜닝에 맞춰서 악기 하나하나가 맞추기가...
-
의외로 맛있네요
-
특별전형은 대부분 1~5명 내외로 소수로 뽑는 경우가 많아서 등급을 측정하기가...
-
흑미 맛은 잘 모르겠고 겉에만 까만 화이트하임 느낌 좀 아쉽...
-
과탐 선택 2
고1이고 의대진묘목표로 생1화1 개념공부 하고 있습니다 생1은 저랑 잘 맞는것같고,...
-
일단 나부터 ㅅㅂ
-
여기 4년제 대졸자 단 한명도 없음 최고 아웃풋이 반만년만에 본인 첨 나옴 기쁘다
이제 2주밖에 남지않은수능 긴장되고 응원글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확실히 학교선생님들 보다는 같이 오랫동안 같이지내는 재종반 담임샘들이 편하긴한거같아요
재수하실때 좋은선생님을 만나신거같아 부럽구 모든 n수생분들 화ㅇ팅합시다!!ㅎㅎ
2012학년도 수능부터 2013, 2014학년도까지 세 번이나 수능을 본 학생입니다. 다행히 올해는 보지 않지만, 이맘때가 되니 기분이 이상해요 ㅋㅋㅋㅋ
저는 수능을 안보지만 동생도 하이퍼에서 재수해서 올해 시험보는데 이렇게 정리해놓은 격려글 보여주려구요!
응원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