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야기] 아버지의 임종
게시글 주소: https://o.orbi.kr/0004707756
우리에겐 모두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우리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아버지와 함께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아버지라는 존재의 의미는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더이상 세상에 머무르지 못하고 돌아가시게 되었을 때 우리는 모두 같은 생각을 하게된다.
아버지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그리고 우리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감염내과 실습을 돌때의 이야기이다.
아침에 회진을 돌기 전, 입원환자들에 대한 상태를 체크하고 새로 내원한 환자에 대한 브리핑을 할 때였다.
"교수님, 오늘 ER(응급실)에 말라리아로 의심되는 환자가 입원하였습니다. fever(열) 39도까지 spiking하고 매우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어 그래? 요즘 말라리아 환자 흔치 않은데....우선 가서 봐보도록 하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환자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의식은 이미 없었으며 자가호흡이 힘들어 산소호흡기의 도움을 받고 있었고 중증의 말라리아 감염상태로 간과 신장이 모두 망가져서 투석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평범한 50대의 남성으로 대한민국의 여느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돈을 벌기위해 아프리카에 파견되어 건설관련 일을 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지역은 특히 말라리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여행하기 전에 꼭 예방적으로 약을 처방받아 복용기준에 맞춰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환자의 병력을 청취해보니 그는 약을 처방받기는 하였으나 약 복용법을 착각해서인지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아프리카에서는 별 증상이 없었는데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 몇일 후부터 갑자기 열이 났다고 한다.
그는 감기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그것이 화근이었다.
말라리아에 걸리게 되면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8일에서 길게는 한달가량 아무런 증상이 없이 잠복기를 거쳤다가 말라리아 기생충이 간에서 증식을 하고 충분한 시간을 거쳐 간세포를 깨고 나와서 적혈구를 감염시키는데 그때부터 열이 나며 본격적인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말라리아가 심할 경우에는 간, 신장 등이 망가지고 급성 호흡부전이 올 수 도 있는데 이분이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그의 옆에는 그의 형님과 딸이 지키고 서있었다. 특히 딸은 울다가 지친 상태였는지 눈이 부어있고 힘이 없어보였다.
"ㅇㅇㅇ님 보호자 분들이신가요?"
"네...선생님... 지금 아빠 상태는 어떤가요? 사실 수 있는거죠? 그렇죠 선생님?"
"우선 치료를 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아버님께서는 상당히 심각한 상태이십니다....저희가 뭐라고 말씀을 못드리겠네요. 죄송합니다..."
그녀의 두 눈에 금세 눈물이 고여 언제든지 흐를것만 같았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나는 갑자기 몇년전 쓰러져 응급실에 입원하셨던 아버지 생각이 나서 갑자기 울컥했지만 환자 앞이었던지라 감정을 추스려야 했다.
국내에서 말라리아 환자는 보기가 어려워 대부분 실습을 돌면서 말라리아 케이스를 접하지 못한다. 심지어 교수님조차 말라리아 환자를 많이 못보셔서 다같이 스테이션에 모여 치료가이드라인을 다시 찾아봐야했다. 아까 응급실에서 상태를 봤지만 환자가 지금의 상태를 이겨내고 살 확률을 그렇게 높지 않아보였다.
그후 몇일간 감염내과 전공의 선생님들이 몇일밤을 지세우며 번갈아 가면서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몇일 뒤, 하늘은 야속하게도 그녀의 아버지를 데려가버렸다.
실질적으로 아저씨는 돌아가신 상태로 산소호흡기를 떼는 일만 남았다.
산소호흡기를 떼기 전, 그녀는 아버지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는데 그 말을 의도치 않게 듣게 되었다.
"아빠 살아생전에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아빠가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막상 아빠를 보내려고 생각하니까 아빠가 얼마나 나에게 소중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어.... 하늘에서 행복해야해. 평상시에 사랑한다는 말 많이 못해서 미안해. 아빠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에 갑자기 주체할수 없는 눈물이 났고 그것을 참기위해 온 힘을 써야 했다.
그렇게 호흡기를 떼고 그녀의 아버지는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다.
그날 저녁 자주연락을 드리지 못했던 아버지 생각이 문득 났다.
"아버지 뭐하고 있어요?"
"어 아들! 왠일이야~ 별일 없지? 밥은 잘 먹고?"
"네 잘지내요... 아빠... 갑자기 이 말이 하고싶어서 전화했어요... 사랑해요 아빠"
쑥쓰럽다는 이유로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일을 계기로 부모님께 사랑표현을 아끼지 않기로 다짐했다.
==========================================================================
여러분 그동안 부모님께 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오늘 저녁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무지성 질받 28
알코올의힘으로 주제무관 수위무관 삼반수(예정)생의질받
-
생2는 솔직히 5
어느정도로 고였나요? 1컷정도 목표인데 코돈빼고 다맞는다는 마인드로 공뷰하면...
-
ㅂㅅ들
-
퇴근 11
-
호흡 딸리거나 목 상해서 예전같지 않은 걸 보면 뭔가 슬프다
-
뻥임뇨
-
ㄹㅇ
-
컨설팅은 못받을거 같은데 이거 공부법은.앖나ㅋㅋㅋ
-
건대 공대쓰면 가능성없을까요? 어디 라인이 적정인가요..
-
사문 2컷 40 0
일 가능성 있을까요 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
-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쿼드라고 합니다! 벌써 수능이 끝난지 4일이...
-
진짜 자지 자른거 ㅇㅈ하겠습니다
-
건동홍이상 공대가 목푠데 미적 낮4 떴습니다. 확통 0~1개 틀리는 거 vs 미적...
-
1컷 88은 절대 아님 11
이건 내 자지걸고 얘기할수있음
-
가채점표 잘 받아적은 것 같기는 한데 혹시 내가 잘못 받아적지는 않았을까, 이걸로...
-
정시에 내신 반영하는데 정시 100전형이랑 내신반영 전형 구분 되어있나요? 아니면...
-
고속이랑 메가에서 소신이 뜨기는 하는데....
-
작년 94? 였던 것 같은데 아 피말리네요……. 작년이랑 정답률 비교해보는데...
-
진짜 많은듯
-
짧게 하자면~ -훌륭한점. 443HZ라는 튜닝에 맞춰서 악기 하나하나가 맞추기가...
-
의외로 맛있네요
-
특별전형은 대부분 1~5명 내외로 소수로 뽑는 경우가 많아서 등급을 측정하기가...
-
흑미 맛은 잘 모르겠고 겉에만 까만 화이트하임 느낌 좀 아쉽...
-
과탐 선택 2
고1이고 의대진묘목표로 생1화1 개념공부 하고 있습니다 생1은 저랑 잘 맞는것같고,...
-
일단 나부터 ㅅㅂ
-
여기 4년제 대졸자 단 한명도 없음 최고 아웃풋이 반만년만에 본인 첨 나옴 기쁘다
-
만점이나 1등급 받는게 목표가 아닌데 저렇게 두 개만 들어도 될까?? 김범준 범준 대성
-
https://youtu.be/Wb5Pq86AV1I?si=KGRQi8NnCYNGJ9nn 신기허네
-
지구 1컷 44? 21
22수능 예상 44 -> 실제 43 23수능 예상 43-> 실제 42 24수능 예상...
-
능수 커리어로우 찍어서 25수능 국 : 85(2) 수: 84(2) 영 : (1)...
-
ㅅㅂ ㅋㅋㅋㅋㅋ
-
진학사가 국어 컷이 살짝더 높던데 어디가 제일 정확한가요…???ㅠㅠㅠ
-
무보정이니 허수 표본 더 들어오면 낮아질 것 같은데 맞죠?
-
주식하셈뇨 토스증권으로 하면 접근성 goat임뇨 10만원 가지고 게임한다 생각하고...
-
아파트 들으면서 운 썰 16
로제랑 브루노마스랑 노래 냈다길래 오우 이건 들어봐야지했는데 인터넷뉴스에서 갑자기...
-
지금 현재 기하가 이차곡선 평면벡터 공간도형과공간좌표 아님? 뭐가 빠졋다는거?
-
12월 말에 하는거 나름 정확한가요?
-
이거 물리보더 고였나요?? 올해 물리 컷 꼬라지 보고 물리에서 화1생1이나 투로...
-
변호사 검사 해야하는데 하
-
개념강의 들어봤는데 김기현 쌤이 더 잘 맞는것 같아서 들어보려 하는데 1. 김기현t...
-
서강 성균관 한양 중에 가고싶어요ㅠㅠ 고대 어문은 힘들겠죠..???
-
닥전?
-
국어/수학 불이라 상위권이 덜 촘촘해지고 표점이 높아져서 그런거 맞나요? 그럼...
-
?
-
반영비 35 25 25 15 던데
-
괜찮네요 모의면접하고 나니까 배고프더라고요
-
구라임뇨
-
바꿀래
-
나도 느껴보고싶다 그 감정
-
이번에 잘 통해서 마음이 좋네요 그래서 후기 캡쳐본 몇 개 들고 왔습니다 후기...
아.. 눈물난다.
소름돋고 공부하러갑니다..ㅠㅠ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일기 무진장 리얼하게 쓰시네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