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앙물좀다오 [860773]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0-02-10 23:19:06
조회수 4,752

이렇게 열악하게 공부한 분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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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 아버지 직업 특성상 학교를 이리저리 옮겨다니게 됨 결국 5학년 때 자퇴하고 초졸 검정고시.
- 아버지가 회사에서 은퇴하시고 주식으로 있던 돈 사라짐.  친구에게 큰 사기도 당함. 5인 가족이 18평 월셋방에 살게 됨.


중학교

- 난 기독교가 아닌데 가족이 기독교라서 강제로 미션스쿨 다니게 됨. 배우는 과목은 기독교 교리, 말씀 암송, 찬양 등등.... 비인가 대안학교라서 역시나 중졸 검정고시.


고등학교

- 학교가 불안불안 하더니 망하게 됨. (졸업했다면 해외 졸업장 돼서 그것만 보고 존버한 건데...) 어쩔 수 없이 고졸 검정고시.
- 반년간 자퇴생 센터를 전전하다가 그래도 대학은 가야되지 않을까 싶어서 알아보기 시작함.
- 검정고시로만 갈 수 있는 수시로는 강릉원주대가 최선이어서 수능 최저 있는 대학으로 눈길을 돌렸고, 45일 남기고 수능 공부를 시작함.
- ebs 강의를 듣기만 하며 공부. 최저만 맞추는 게 목표라 수학은 건드리지도 않음.
- 간당간당하게 최저를 맞춰서 인천, 전남, 충남, 경북 합격함.
- 수능이 생각보다 할만하다는 착각에 빠져서 재수 결심.


재수

- 검정고시 출신이라 시험 경험이 없었음. 얼마나 심각했냐면 시험이 언제 시작하고 시험시간이 몇 분인지도 여름까지 헷갈렸음.
- 차상위 계층이라서 단과는 커녕 프리패스도 못 샀음. 환급패스가 있다는 것도 몰랐고 검정고시 준비하다가 에듀라x이라는 사이트에서 60만원 사기를 당해서 프패 사기가 꺼려졌음. 그래서 문화누리카드로 구입한 책+ebs로 공부 시작
- 매일 6시에 일어나서 9시 반까지 공용도서관 재수를 시작.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빌런들이 있었음. 빌런 소개로만 세 페이지 쓸 듯.
- 구립도서관이라서 휴관일이 한 달에 6번은 있었음. 집에서 억지로 공부를 해봐도 두시간을 못 넘겨서 집공부는 포기함.
- 돈이 없어서 매일 밤 집에 돌아와서 도시락을 쌌고 1년 동안 같은 아침, 같은 점심이었음. 도시락 먹던 옥상 의자 뒤편에 거미가 있었는데 걔가 모기도 잡아주는 내 친구였음. 비오던 어느 여름날 사라졌지만...
-  당연하게도 취미 전부 포기함. 다도, 독서, 기타, 드럼, 칼리스데닉스 등등.... 고독했음.
- 큰 맘 먹고 산 2단 독서대 도둑맞았고, 중고로 수험서 구매했는데 3년 전 버전으로 사기맞았음. 범인 잡는 일에 쓸 시간이 없어서 울분을 삼켜야 했음.
- 무료 과외 신청했는데 사기였음. 한 겨울에 멀리 가서 두 시간동안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기다렸었음. 이 때 세상이 정말 싫어졌음. 이날 롯데 타워 처음 봤음.
- 9모 즈음에 여자친구가 메가스터디 패스를 사줌. 당연히 돈이 없어서 교재는 못 샀고, 강의에 피피티로 문제가 뜨면 멈췄다가 풀었음.
- 수능이 다가올수록 우울증이 심해지고, 체력도 부쳐서 계단 오르내리며 휘청거리게 됨. 삼수는 하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듦.
- 수능 보기 한 달 전에 차상위계층 해제됨. 동사무소에 물어보니까 빚을 갚아서 그렇다더라. 사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갚아도 은행거래가 아니라 돈을 모아둔 것으로 처리가 돼서... 기회균등 전형은 날아감.
- 수능 1주 전엔 장염과 위염에 걸려서 12월 중순까지 낫지 않았음. 당연히 한 달 동안 오로지 흰 죽.




정말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기초 개념 과외라도 들었다면, 중학교 과정이라도 제대로 끝냈다면, 휴일 없는 독서실을 끊을 수 있었다면, 교재를 마음껏 살 돈이 있었다면, 몸이라도 건강했다면, 경쟁자가 주위에 있었다면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큽니다. ebs 꿈 장학생 신청해볼까 했는데 작년 수기 읽어보니까 저보다 받아야 될 사람이 많은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이 글에는 기만이나 각성의 의도가 담겨있지 않습니다. 익명으로 적나라한 노력의 나이테를 남기고 싶어서요. 현실에서는 부끄러워서 못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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