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133120] · MS 2018 · 쪽지

2011-12-06 22: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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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문 - 소주를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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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실에서 아이를 데려다 눕혀놓고
만산의,
두 시간 만의 출산이
순산도 너무 빠른 순산이어서
자궁에 혈종이 생겼다는 아내는
요도에 호스를 꽂았는데,
회복실을 빠져나와 끊은 담배를 피웠다
소주를 한 병 사서
어두운 벤치에서 혼자 마셨다
느티나무 가지 흔드는 바람자락에
형이 왔다
와서
내 어깨를 치고
아이를 들여다보고
아내에게 뭐라고 웃었다
형을 만지고 싶었다
웃음이 환하게 흩어졌다
형, 잘 가!
웃음 한자락이 남아서 오래 펄럭였다
형, 아프진 않지?
남은 한자락이 마저 흩어졌다

입만 헹군 것이 미덥지 않아서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아이의 기저귀를 갈았다
아내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술 마셨어?
홍삼 드링크를 한 병 마셨더니, 오르네

아가야, 이 소똥하고 이마받이한 녀석아!
아빠한테 삼촌이 있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적이 없다
이 물에 불어서 쭈글쭈글한 녀석아!
네가 와서
삼촌이 가셨구나
너를 마중하느라고 엄마가 피를 대야로 쏟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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